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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런던생활

~ 0706 그간 지낸 이야기

견고한 사람 2018. 7. 6. 23:57

이건 일요일. 어쩌다 챙겨오게 된 서울 방의 사진 엽서들을 휑하니 하얗기만 한 벽 두군데에 붙였다. 사진은 괜찮은데 엽서들은 두께-무게가 있다보니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그냥 뗄까 싶다 그리고 이 날 한인마트를 들렀었다 많이 안샀다고 생각했는데 16파운드 넘게 나왔고..

그 날 저녁이었을 거다 이날은 구름이 좀 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노을이 정말 예술이었다 아주 선명한 분홍 다홍 보라 군청 다 있었다.

월요일.

학교 시작했다. 수업 내용으로 인해 선생님을 포함한 반 구성원 모두가 여성이었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빈에서는 일본인이 진짜 많았는데 여기는 중국인이 정말 많다. 계속 혼자 있다가 학교가서 말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니 좋았다. 이른 오후까지 있던 웰컴토크랑 첫수업, 등록과정 다 지나고 좋아하는 (이틀 전 쯤에 우연히 들르게 된) 임뱅크먼트 근처 공원가서 책 읽었다. 낯선남자가 말 걸었는데 이제 그런 거에 너무 익숙하다 레퍼토리도 똑같다. 예쁘다고 칭찬하고, 중국인이냐고 물어보거나(너무 극심한 레이시스트) 어느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본다(좀 낫다) 그러고 스몰토크를 하다가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펍에서 맥주한잔 어때(너무나 단골멘트..)라고 하면서 폰번호를 교환하자고 한다. 다만 한국과 달리 공격적이거나 강압적으로 굴지는 않아서 나도 매몰차겐 응대못하고 아 나 데이터밖에 안되는 심이야. 하고는 인스타 있냐고 해서 없다 그랬다 그러니까 그럼 사람들은 대체 너한테 어떻게 연락해? 아무도 연락못해? 이 지랄 하면서 페북은 없냐고 해서 있는데 잘 안쓴다고 하고 그럼 친추하고 페메할게 하길래 그래 했다. 그러고 여태 안받고 있다(당연)

이번 stay를 위한 필름카메라. 작년에 샀던건 12 gratis 포함해서 39장이었는데 얜 딱 27장. 그래도 50일에는 충분한 거 같다. 내일 런던 프라이드 있는데 몇 컷 찍을 수 있을까?

이건 화요일. 수업에 한국인이 셋 있는데 그 중 하나랑 친해져서 점심 같이 먹었다. 이 날은 어떤 아시아 음식점에서 테이크아웃해서 공원가서 먹고, 이야기 좀 하다가 그 친구는 어딜갔더라 여튼 어딜 가고 나는 할일이 있어서 카페에 갔다. 피카딜리 옥스퍼드 그쪽 가면 이상하게 머리가 잘 아프다. 그래서 왠지 좀 생각해봤는데.. 서울도 정말정말정말 큰 도시이긴 한데 규모랑 상관없이 한군데에 사람이 막 엄청 많이 밀집해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제일 인구밀도 높은 게 크리스마스 명동, 퇴근길 강남역, 금~주말 홍대 상상마당 쪽 이 정도인거같은데 사실 저 세 시공간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곳들이어서 거의 안가고. 옥스퍼드 쪽은 진짜 항상!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막 치이고 그래 치일 정도다 치이는 걸 떠나서 좁은 공간도 아니고 큰 공간에 사람들이 꽉 차 있으니까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건지 뭔지.. 런던 와서 두통 제일 심했던 이틀 다 옥스퍼드 근처 돌아다닐때였다. 아무리 건조하고 응달가면 시원하다고 해도 짐 들고 오래 걸으면 덥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듯. 어쨌든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트라팔가는 사람이 많아도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서. 트라팔가 왠지 좋다. 하늘 파아랄 때 가로로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내셔널갤러리랑 그 이름 모를 탑 같은 게 수직으로 뻗은 걸 보고 있자면 기분이 그냥 좋아진다. 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각자 어디엔가 걸터앉아서 휴대폰을 하거나, 멍하니 앞을 바라보거나, 친구 가족 연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그 풍경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도 좋았다. 나는 광장을 좋아하나봐.

어쨌든.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다시, 이 카페가 트라팔가의 카페 네로였기 때문이다. 카페네로는 도라에게도 말한 것 처럼 런던의 이디야 같은 존재 같다 어디에나 있고 코스타 보다는 분위기가 덜 좋다 그래도 불평할 정도는 전혀 아니어서 자리 잡고 한 서너시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트라팔가의 코스타에 맨 처음 들어갔었는데, 1층은 서점이고 2층이 카페인 구조였고 그 서점이 정말 좋았다. 별로 크지 않으면서 추천이나 컬렉션도 되게 정성스럽게 한 눈에 들어오게 잘 구성되어 있었고 분위기도 조용하면서도 적당히 활발해서 너무 중압감 들지도 않았고. 창가이면서 계산대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모두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책을 읽고 무언가를 끄적이는, 꽤 오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그냥 카페네로로 갔던 거다.

이 날 미래 계획-두 단어를 합친게 이제는 좀 어색해보인다 미래를 계획한다니,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되기 힘든 인생에서-을 좀 세웠는데 그래 계획이라기 보다는 방향 설정? 다음 학기에 인턴+독일어 실력향상 이렇게 두가지를 야무지게 해내면 정말 좋겠다는 방향. 런던에 좀 심심한 채로 며칠 있어보니 해외에서 사는 것에 대해 궁극적으로 낙관적이던 마음이 조금 사라져서 해외 인턴..꼭 해외인턴이지 않아도 되고 그냥 나의 능력이 필요하고 일이 재미있는 곳에서 3개월 씩 두 군데 정도에서 일을 하고, 독일어는 최소 B1까지 따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카페가 춥기도 하고 일어나자! 싶어서 어딜 갔냐면-

여기 정확히 무슨 거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지나가다가 너무 예뻐서. 영국영국하다!

내가 간 곳은 바로 런던에서 제일 오래되었다는 서점 Hatchards. 한국이랑 너무 다른 점은 아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단 영국에서는 책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고 한다. 종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책은 뭔가 좀 엘리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정말 어디서나 아무나 책을 읽는다. 데이터가 잘 안터져서 그런 것도 있으려나? 지하철에서도 전자책보다도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서점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서점 직원들이 직접 컬렉션을 만들어서 손글씨로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적는다. 그게 너무 영국스러워서 좋았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서점은 그냥 슈퍼랑 똑같이 음 상품으로서의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일 뿐인데 이곳의 서점들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다. 차라리 예술 공간?

서점을 예술 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사진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그냥 책이 너무 예쁘다. 똑같은 책들의 여러 출판사 버전이 구비되어 있고, 표지에 너무 공을 들인 걸 딱봐도 알 수 있다... 너무 예쁘다... 그냥 진짜 너 무 예 쁘 다. 그리고 책이 물가에 비하자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것 같고. 세금이 포함 안돼서 그런가 어쨌든 !! Hatchards는 4층인가로 구성되어있었고 4층에서는 누군가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건지, 사람들이 잔을 하나씩 들고 크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런 문화도 생소. 궁금했는데 약간 위축돼서 슥 곁눈질하고는 그냥 내려왔다.

그렇게 서점을 나와서는 포트넘앤매이슨에 갔다. 들어보기만 했는데 길을 가다보니 떡하니 있기에 엥 하면서 들어갔다. 관광객들이 많았고 정말 많을만 했다. 각종 고급 식재료와 술, 디저트, 향신료, 차 등이 아주 많았고 구경할만했다. 트러플 스프레드 같은 걸 좀 사갈까 했는데 (분명 있었겠지만) 못찾았고 또 막 나서서 찾을 정도로 사고싶었던 것도 아니어서 구경하다 나왔다. 아 나오기 전에 하프바틀 와인을 살까 싶어서 와인 구경을 했는데 아저씨가 뭐 도와드릴까요 해서 드라이하지 않은 화이트 와인 이야기하니까 하프바틀은 다 드라이하대. 그래서 약간 대화 나누다가 그냥 나왔다 아쉬웠다.. 나 와인따개도 가져왔는데 영국은 와인을 유럽만큼 많이 먹지는 않는 것 같다. 제대로된 레스토랑에서 밥먹은적도 아직 많이 없긴 하지만.

그러고 집에 오는데. 추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자친구랑 싸운 이야기였고 나는 너무 화가나서(+낮에 먹은 커피의 카페인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놀랍게도.. 그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서 내가 예상하고 걱정하던 바가 싸움에서 그대로 드러났으며 너무 "빡쳐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같다가도 선을 넘었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져서 관련한 양해의 카톡도 한 통 했다. 다음날 아침 추는 엥 정말 괜찮았고 그런 얘기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톡이 왔다.

월플라워는 내가 젤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고, 그 안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 추에게 보내줬다. 당시에는 이말 완전히는 이해 못했는데 이젠 완전히 이해하고.

머리 아팠던 날. 이 날 그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H)랑 밥을 먹고 할일을 하러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여길 왔다. 다 좋았는데 약간 더웠고-흐린날이라서 에어컨을 안튼걸까? 기온은 화창한 날이랑 비슷했다- 의자가 너무너무너무 딱딱했다. 그래서 한 두시간 리딩좀 하다가 근처 구경이나 하자 하고 옥스퍼드쪽으로 갔던 것 같다. 머리 너무 아파져서 집 오는 버스를 탔는데 버스도 너무 덥고 게다가 엔진쪽 자리에 앉아서 진동도 너무 심하고 여튼 힘든 날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아 그냥 오늘은 빨리 집 들어가서 쉬자 하는 마음에 수업 끝나자마자 버스타고 집 슝 왔고 아니 그 전에 세인즈배리를 들렀지. 근데 진짜 너무너무너무 신세계였다. 정~말 큰 마트였는데 과일 종류도 너무 많고 테이크어웨이 음식도 정말 많고 빵 통조림 고기 종류도 너무 많아서 장보면서 되게 신났다.. 그러면서 아 정말 생활인적 모먼트다. 라고 생각했다 (ㅋㅋ) 어쨌든 그렇게 올리브유 파스타면 소스 과자 기본야채들(감자 애호박 양파 파)을 모두 구매하고 좀 지치고 좀 신난 채로 귀가.

유럽 또 오랜만에 왔으니 납작복숭아 먹어보자 해서 찾았는데 구석에 제철과일 아닌 것들 비닐에 포장해서 파는 식으로 다섯개 들어있길래 사오긴 했는데.. 막 많이 단 것도 아닌 것이 영국 사람들은 이걸 잘 안먹나 싶다. 다른 마트에서는 아예 본적 조차 없어서.. 다음엔 더 제철과일 같은 걸 사올 생각이다. 과일 있으니까 출출할 때 마다 먹게 돼서 좋은 것 같다 섬유질 비타민 등등 섭취되고 수분도 많고 신선하니까 좋다.

그러고 참치고추장찌개를 해먹었는데 내가 아는 바로 그 고추장찌개 맛. 어쨌든 따땃한 흰쌀밥, 김이랑 되게 잘먹었다. 아 이제 좀 사람사는 집의 주방 냉장고 같네 생각도 들고. 그 후에는 흰식빵 구워 체다치즈 한장 올리고 후라이팬 열로 녹여서 블랙커런트 잼 발라먹었는데 아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거하게 먹고서는 아 사람은 잘먹어야 된다- 생각했다.

그러고 인턴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코딩, 디자인, 경영 경제 회계가 거의 인턴 구인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중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 그러니까 저임금 시다를 찾는.. 내 시간은 소중하고 그런 곳에서 일하느니 학교를 다니거나 다른 걸 하겠다. 근데 인턴이라는 경험이 뭐랄까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무얼 잘하고 좋아하는지 (지금 완전히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첫 직장을 구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괜찮은 인턴자리를 잡고 싶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리딩하는 시늉을 좀 하다가 일찍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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