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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레이디 버드

견고한 사람 2018. 7. 6. 03:33

런던 오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

사실 비행기에서 영화보면 집중을 많이는 못해서 막 깊이 있게 감상하기는 힘들다. 음악도 잘 안들리고 그래서 영화의 진가를 못 알아볼 수도 있다. 이걸 다 본 다음에는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봤는데 솔직히 그건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고. 레이디 버드는 좋았다.

사실 내용 자체가 막 새로운 건 아니었다. 자의식 강한 고등학생이 '잘 나가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소중한 원래의 친구를 외면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원래 친구에게 돌아가는 류의 플롯은 굉장히 많은 하이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까. 그치만 레이디버드에서 정말 좋았던 부분은 가족-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엄마 마리온-과 관련된 부분이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마리온의 '억셈' 그의 대사 등이 좋았다 그는 크리스틴과의 관계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당히 독립적인 주요한 인물로 다뤄지기도 하는데 나는 그래서 이 영화를 크리스틴과 조연들의 영화라기 보다는 크리스틴, 마리온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 감상했다.

영화가 시작할 쯤에 완전히 집중하지는 못한 상태였는데 마리온의 말에 대한 저항으로 어떤 예고도 없이 차문을 벌컥 열고 나가(떨어져)버린, 다소 충격적인 크리스틴의 행동 때문에 몰입하기가 더 쉬웠다.

영화에 눈물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장면은 거의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불구 나는 대여섯번 정도 왈칵했다. 영국 도착한지 벌써 1주일이 훌쩍 지나서 다 기억나진 않는다. 그 중 하나는 선생님이 크리스틴에게, 너는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너의 글에서는 이곳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크리스틴도 그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보수적인 가톨릭학교에 들어가 따분하다는 듯이 학교 생활을 하고, 연애도 친구문제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질 않지만 결국 크리스틴은 새크라멘토를 사랑한다. 이게 감동적이었나 보다 떠올리면 지금도 뭉클한데 그 이유를 언어로 표현하질 못하겠다.

이때 눈물이 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뇌리에 남아있는 장면은 크리스틴이 게이인 걸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는 전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다가도 그를 격하게 끌어안으며 괜찮다고 다독여주던 것.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크리스틴이랑 엄마가 프롬 드레스를 사러 가서 말다툼하는 장면.

그냥 좀 예쁘다고 하면 안 돼?

난 네가 내가 뭐라고하든 신경 안쓰는 줄 알았는데. 미안, 사실을 말한 것 뿐이었어. 거짓말 하면 좋겠어?

난 그냥 엄마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당연히 너를 사랑하지

아니 좋아하냐고

나는 네가 너의 제일 좋은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는 것 뿐이야

이게 제일 나은 모습이면 어떡할건데?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또 울었던 부분은 맨 끝에 마리온이 딸을 걱정하며 울던 장면, 마리온이 사실은 레이디버드에게 편지를 수 장을 썼다 찢었다 했던 게 드러나는 장면, 그리고 레이디버드가 엄마한테 새크라멘토에서 운전하는 게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의 모습과 마리온의 모습이 오버랩되던 장면.

사실 영화 본 직후에는 그렇게 좋았다고 평가하지 않았는데 내 머릿 속의 잔상들과 다른 후기들을 통해서 진가를 발견한 느낌?

차분하게 한번 더 보고싶다.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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